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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 리뷰] 피아니스트(Pianist 2003)_일상의 소중함

영화 리뷰

by 주요 증권 정보의 Alex 2023. 12. 2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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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작 영화 피아니스트 포스터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 다룬 영화는 굉장히 많다. 쉰들러리스트나 인생은아름다워, 줄무늬파자마를 입은 소년 등으로 다양한데, 피아니스트를 뽑은 이유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내가 느꼈기 때문이었다.

 

줄거리

 

● 재앙의 시작

피아니스트 中 폴란드 방송국

 

세계적인 유대인 피아니스트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폴란드의 방송국에서 피아노를 녹음하던 순간 갑자기 폭탄이 떨어지면서 도시가 아수라장이 된다.

 

전쟁 통에서도 사랑은 싹튼다고 했던가 포격에 도망치던 슈필만은 친구의 여동생인 '도로타'를 마주치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슈필만은 정치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동생 '헨릭'에게 상황을 묻게 되고,

독일이 침공한 사실을 알게 된다.

 

때는 1939년 9월 3일 2차 세계대전 발발일이었다.

 

피아니스트 中 라디오를 듣는 가족

 

폴란드 방송국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피난 여부조차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슈필만의 가족들. 헨릭은 라디오로 BBC 방송을 잡아서 청취하게 된다.

 

독일 침공을 심란하였으나, BBC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했고 '폴란드는 혼자가 아니라'며 선전한다.

 

피난 여부를 고민하던 슈필만의 가족들은 해당 방송을 듣고 연합군이 참전하면 승리했다며, 만찬을 즐기게 된다.

피아니스트 中 축배를 드는 슈필만의 가족
축배와는 달리 빠르게 진입한 독일군
 
하지만 이는 '가짜전쟁'이라고 불리던 시기로, 선전포고 이후 아무런 조치가 가해지지 못했고,
슈필만의 유대인 가족은 바르샤바에 남아있게 되었고 독일군은 바르샤바를 점령하게 된다.

 

유대인 차별 정책의 시작

 

독일군이 점령하면서부터 슈필만과 유대인들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눈에 반한 도로타와의 데이트에서 카페와 공원에 유대인 입장이 금지되고 유대인의 소지 가능 현금이 2,000즐로티로 제한되면서 생활이 제한되고 자본이 궁핍해졌다.

피아니스트 中 예금 제한으로 돈을 세는 아버지

매일 감자만 먹지만 점차 부족해지는 생활고에 다들 예민해진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슈필만'은 자신의 피아노조차 팔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게 된다.

 

또한 유대인임을 증명하는 흰색 천에 별을 그린 [다윗별]을 오른쪽 팔에 착용하도록 명령이 내려오고 나이가 지긋한 슈필만의 아버지에게 인사를 안했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거나 유대인은 인도로 걸으면 안된다며 배수로로 걷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유대인 거주구역인 [게토]를 만들어 유대인을 이주시키고 벽돌을 쌓아 유대인을 격리하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中 게토 이주 장면
피아니스트 中 도로타와 재회

 

●  게토 안에서의 생활

 

게토 안의 생활은 이전보다 궁핍했다. 생활 공간이 부족해 가족들이 잠을 잘 공간도 없었다. 바르샤바 안의 40만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좁은 곳에 모아놓으니 너무나 비좁았다.

자원과 공간이 한정적인 곳에 사람을 모아놓으니 모든게 다 부족해졌다. 이에 부족한 식자재를 얻기 위해 장터가 열렸지만 다들 궁핍해졌다.

피아니스트 中 유대인을 조롱하는 독일군

 

독일군은 게토를 관리하면서 유대인을 조롱하고 힐난하고 괴롭히기까지 한다. 외부와 단절된 이 곳의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거리에 병자와 거지, 부랑자가 늘어나고 시체가 등장했다.

피아니스트 中 게토 안의 시장
 
도둑이 당연해지고 길거리에 시체가 점점 많아지더니 어느새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지경까지 가게 된다. 허나 이러한 게토 안에서도 풍족한 곳이 있었는데, 바로 자본가들이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외부에 돈을 주면서 풍족한 자원으로 사치를 누렸다. 슈필만은 그들에게 피아노를 치면서 생계를 유지했고 동생인 헨릭은 이런 슈필만을 비난했다.
피아니스트 中 게토 안의 식당에서 연주중인 슈필만
그렇게 저항과 정의를 외치던 헨릭이 게슈타포에 잡혀가자 슈필만은 나치의 앞잡이인 유대인 경찰 '헬러'에게 간청해 헨릭을 빼주지만 헨릭은 그런 것을 바란 적이 되려 화를 낸다.

 

게토에서 수용소로

 

어느새 길거리에서 도둑이 음식을 훔치는 일은 당연해졌다. 발에 치이는 시체도 다반사다. 더 이상 질서는 찾아보지 못하고 생존만이 남아있게 된다.

 

전쟁이 중반을 지나가면서 게토의 막대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나치는 유대인을 수용소로 분배하기 시작한다.

수용소로 이동하게 되는 유대인
수용소로 가기 위한 대기장소

 

슈필만의 가족은 떨어졌다가 다시 붙으면서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에 20즐로티에 카라멜 하나로 6명이서 나눠먹으며 삶을 기약하지만, 수용소로 떠나는 열차에서 유대인 경찰 헬러가 슈필만을 보고 당장 도망가라고 그를 빼내주면서 독일군이 자행한 유대인 시체를 옮기는 노동자로서 바르샤바 게토에 남게 된다.

게토에 홀로 남게 된 슈필만

 

도시 노역자로서의 삶

 

가족과 떨어진 그는 게토에 몇 안되는 젊은 유대인들과 함께 건물 노역자로서 삶을 살게 된다. 남은 유대인들은 비교적 자유롭고 노역자로서 식량을 배급받아 건강한 몸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삶은 아니었다. 독일군은 수시로 그들을 괴롭히고 힐난하고 살해했다. 심지어 일부를 차출해 엎드리게 해서 차례대로 머리를 쏘고 총알이 부족하면 그 다음 차례 앞에서 태연하게 재장전까지 하면서 말이다.

유대인 학살 장면

 

이런 젊은 유대인 그룹의 대표인 '마요렉'은 바깥 수용소에서도 유대인 학살이 자행되어 우리는 이번에 저항할 것이라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식량에 무기를 밀반입하면서 점점 저항을 준비한다.

 

슈필만이 부상으로 외부에서 반입되는 식량을 관리하게 되면서 그와 마요렉을 중심으로 무기를 게토에 밀반입한다.

 

●  게토 탈출과 은둔 생활

 

그러나 외부 노역을 나갔다가 다시 첫사랑인 '도로타'를 마주친 슈필만은 마요렉에게 부탁해서 폴란드 노동자로 위장해 게토를 벗어나게 된다.

 

게토 바깥의 세상은 전쟁으로 덜 자유로웠지만 게토보다는 수만배 나았다. 그 후 슈필만은 보구츠키 부부와 겝진스키의 도움을 받아 게토 근처의 아파트에서 그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조심히 살 계획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게토에서 레지스탕스가 활동하게 되고 독일군은 이 저항을 완벽히 저지한다. 이에 같이 남아서 싸웠어야 했다고 슈필만은 자책하기도 한다. 이때 슈필만은 자신을 찾아온 보구츠키한테 물어본다.

게토 내 저항 운동

-죽어서 뭘 얻어낸거야?

- 자랑스럽게 죽었잖아! 우린 죽어서 독일을 몰아낼거야!

 

이 대화 이후 레지스탕스가 붙잡히면서 조력자인 겝진스키가 떠나게 된다. 도망치라고 했지만 슈필만은 이것이 운명이라면서 남기를 선택한다.

겝진스키는 게슈타포에게 잡히지 말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라고 조언하며 그대로 떠난다.

 

예상외로 거주지를 들키지 않아 잘 버티던 슈필만이었으나, 식량 공급이 끊겨 찬장을 뒤지다 큰소리를 내고 말아 유대인임을 들켜 도망치게 된다.

처음 겝진스키를 만났을 때 진짜 위급할 때 가라던 주소쪽지를 기억해낸 슈필만은 그 주소로 가게 된다.

 

● 첫사랑 도로타와의 재회

 

그곳에는 첫사랑인 '도로타'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1년전에 결혼해서 만삭이었다. 하지만 즐거우면서 슬픈 재회도 잠시. 그의 남편이 돌아오고 슈필만에게 쉬라고 했으나 슈필만은 이렇게 말한다.

 

"혹시 괜찮다면 빵을 한조각....줄 수 있을까요?"

 

렇게 허겁지겁 빵을 먹고 잠든 슈필만은 다음날 아침 같이 음악을 전공한 도로타의 연주를 들으면서 생각에 잠긴다. 전쟁이 없었다면 나와 같이 듀엣을 하자고 약속했던 도로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슈필만을 돕는 도로타의 남편

도로타 남편은 빈 아파트에 슈필만을 숨기고 '안텍'이라는 공급책을 소개시켜주고 간다. 안텍은 슈필만의 팬이라면서 친근함을 표시하고 자주 온다고 한다.

 

● 사기꾼 안텍과 폐렴

 

자주 온다고 한 안텍은 굉장히 드물게 왔고 슈필만은 얼마 남지 않은 콩 몇알을 삶아 먹으며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날 안텍이 찾아와, 슈필만이 왜 이리 안오냐고 물었다.

 

"돈이 없었어요. 팔만한 물건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 말에 슈필만은 자신의 시계를 풀어 안텍에게 주면서 말한다.

 

"시간보다는 음식이 중요하니까"

안텍

 

그 시계를 받아간 안텍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슈필만은 싹이 난 감자를 이등분해가며 먹다가 결국 병과 굶주림에 시름시름 앓았다. 거의 죽기 직전 '도로타'가 찾아오게 된다.

슈필만을 방문한 도로타

녀는 이럴 줄 알았다며 안텍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슈필만'을 보호하자며 엄청난 모금 운동을 했었다고 말해준다. 도로타는 남편에게 의사를 불러달라하고 몇일간 먹을 수 있는 식량과 당장 아픈 슈필만이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해주곤 밀어닥치는 동부전선을 피해 시골에 간다고 말했다.

 

● 레지스탕스와 도시 소탕 작전

 

1944년 8월 1일, 도로타가 치료해주고 식량을 주고가서 슈필만은 건강해졌다. 하지만 다시금 혼자였다. 그가 지낸 아파트는 독일군의 동부전선 후방 병원이 있는 적진 한복판이었다. 어느새 실려오는 독일군의 숫자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폴란드 레지스탕스가 독일군 사령부를 기습하면서 투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수도도 끊기고 식량도 동떨어진 슈필만이었지만 독일군이 레지스탕스를 축출하는 작업에 같이 휘말리며 그는 독일군의 수색을 피해 폐허가 된 건물과 도로를 지나 숨을 곳을 다시 찾게 된다.

도시 소화 작전 중인 독일군

 

● 호젠펠트와의 만남

 

그는 독일군 야전병원에 숨으면서 썩은 물을 마시고 독일군이 남긴 식량을 먹으면서 지내지만 독일군이 도시를 모조리 부수고 태우면서 아예 소개된 도심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개작전이 끝난 지역에 숨는 슈필만

 

그곳에서 그나마 멀쩡한 집을 찾아가 식량을 찾고 애호박 캔을 찾게 된다. 독일군의 정찰을 피해 숨었다가 다시 내려와서 애호박 캔을 열던 그는 힘 조절을 실패해 애호박 캔을 떨어트리는데, 그 캔이 향한 곳에는 한 독일군 장교가 서있었다.

호젠펠트 대위, 그는 슈필만의 음악에 감격한다.
 
 

-여기서 뭐하지?

-저는 이 캔을 따려고 했어요...

- 여기 사나? 직업이 뭐지?

- 저는...피아니스트였어요.

- 피아니스트?

 

그 말에 호젠펠트는 슈필만을 피아노실에 데려간다.

진짜 이상한 상황이었다. 독일군을 피해서 도망치고 연주를 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독일군이 연주하라는 말에 드디어 다시 피아노를 치게 된다.

 

몇년을 치지 못했지만 점점 피아노에 빠져드는 슈필만.

호젠펠트 앞에서 연주 중인 슈필만

 

독일군 장교는 그 선율에 빠져 저녁 달빛에 비추는 슈필만을 보며 노래에 잠긴다.

점차 신들린 듯한 연주를 보이는 슈필만. 그동안 못친 노래에 화답하듯 멈추지 않고 통한에 잠긴 표정으로 피아노를 연주한다. 노래에서도 보이는 그의 지난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이는 격동의 연주가 끝난다.

혹시 마지막일지도 모를 연주가.

 

"여기서 숨어있었나? 유대인인가? 여기 어디에 있었지?"

"다락이요"

"안내해"

 

그럼에도 애호박 캔은 꾸준히 챙기는 슈필만은 호젠펠트를 다락방으로 안내한다.

 

"먹을건 있나?"

 

애호박 캔을 보여준다. 그러자 떠나는 호젠펠트. 슈필만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건지, 생존에 기뻤던건지, 오랜만에 친 노래에 너무 좋았던 건지 울음을 터트리고야 만다.

 

● 호젠펠트의 호의 

사령부에 속한 호젠펠트

 

젠펠트는 슈필만이 숨어있는 자택을 사령부로 변경하고 슈필만에게 지속적으로 식량을 챙겨준다.

어느날 딸기잼과 식빵을 챙겨주는데, 멀리서 총소리가 들렸다.

 

"저 총소리는 뭐죠?"

"러시아 군이 강 건녀편에 있어 몇 주만 더 버티면 될거야"

 

이미 패색이 짙어진 걸 인정하는 호젠필트는 홀연히 나간다. 슈필만은 오랜만에 먹는 딸기잼에 황홀함까지 엿보인다.

피아니스트 中 가장 맛있어 보이는 딸기잼 시식 장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젠펠트의 부대는 철수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식량을 건내준다.

"무슨일이죠?"

"우린 철수해"

"소련군이 왔나요?"

"아직 아니야"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아닌 신에게 감사해 우리가 살아남는걸 원하시니까

우린 그렇게 믿어야해

 

그리고 슈필만이 추운 겨울을 버티기에는 너무 옷이 얇아보이자 자신의 코트를 벗어서 건넨다.

호젠필드와 슈필만의 작별

 

"당신은요?"

"하나 더 있어. 그게 더나을거야"

 

"전쟁이 끝나면 뭐 할건가?"

"다시 연주를 할거예요 폴란드 라디오 방송예요"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면 다시 듣도록 하지"

"슈필만.."

"슈필만..피아니스트에 어울리는 이름이군"

 

그 후 소련군이 진입하면서 폴란드 사람이 돌아오자 기쁜 마음에 호젠펠트의 코트를 입고 사람들에게 안기려 했던 슈필만.

하지만 사람들은 독일군이라고 생각하고 소리지르자 소련군은 그를 죽이려고 한다. 슈필만은 필사적으로 자신은 폴란드 사람이라고 외친다.

 

"제발 부탁이예요 전 폴란드 사람이예요"

"왜 그 코트를 입고 있어"

"너무 추워서요.."

 

  • 전쟁의 끝

 

전쟁은 막바지에 다달았고 끝나게 된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나오는 유대인은 눈 앞에 펼쳐진 독일군 포로 수용소를 보게 된다. 유대인들은 그들을 비난하고 힐난한다.

 

"살인자들 암살자들 더러운 개사식들"

"이걸 기도해왔는데 이걸 보게 될 줄이야"

"너희들 골 좀 봐 내 모든걸 빼앗아 갔어

난 음악가인데, 내 바이올린도 뺏어갔어."

 

음악가라는 말에 한 독일군 장교 일어나서 슈필만을 물어본다

 

"폴란드 방송에 있던 슈필만을 알아?"

"그가 숨었을 때 도와줬었어 내가 여기있다고 전해줘 도와달라고 전해줘"

"당신 이름이 뭐야"

"호젠펠트..."

 

하지만 바이올린 연주가는 그 이름을 다 듣지 못하고 밀려가버렸다.

포로슈용소의 호젠펠트

 

  • 전쟁 이후 슈필만

 

전쟁이 끝나고 다시 폴란드 방송국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슈필만에게 바이올린 연주자가 다가와 인사하고 호젠펠트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다시금 포로수용소로 돌아왔지만 이미 포로들은 사라지고 난 이후였다.

 

"내가 욕설을 퍼부었어 여기가 확실해. 독일인이 그때 내게 다가왔어."

"이름을 들었어?"

"아니 듣지 못했어..."

 

하지만 결국 호젠펠트를 찾지 못했다. 슈필만은 88세의 나이까지 피아노를 치다가 88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전후 슈필만

 

나의 생각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인간이란 엄청 커다란 권력 앞에서 반인륜적이고 무의미한 학살을 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내내 너무나 쉽게 사람을 죽이는 나치 독일군을 보면서 전쟁이란 것이 정말 손쉽게 우리의 소중한 이를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체감하게되고 다시금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내가 2번째로 집중한 부분은 슈필만은 영화 내내 어떠한 정치적 투쟁적 성격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눈앞의 상황을 헤쳐나가거나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남동생인 헨릭이 게슈타포에 잡혀들어갔을 때, 다들 앞잡이라 비난한 유대인 경찰 헬러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알았던 장면과 그런 헬러가 슈필만을 살리기 위해 수용소로 가는 열차에 타지 못하게 막는 장면 등에서 고집을 부리다간 오히려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너무나 큰 불합리 앞에선 잠시 숙이고 갈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일본 드라마 중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라는 제목이 있는데, 제목과 슈필만의 행동이 다소 어울러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슈필만(유대인)이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주던 보구츠키, 겝진스키, 마요렉, 도로타와 그의 남편, 그리고 독일군이었지만 친구로서 팬으로서 그를 도와준 호젠펠트까지...

제일 중요한건 삶을 포기하지 않고 현실에 맞춰서 살아나가는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포기하지 않은 슈필만이 살 수 있던 건 더 따듯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꼭 기억해야겠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뭘 이야기하고자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나한테는 이 영화는 단순히 전쟁의 비극만을 담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성의 상실이 너무나 잘 드러나고 전쟁을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상황에 포기하지 않았고 늘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사람들도 있었음을 우리는 잊지 말자.

 

주인공이 피아니스트인게 배경이 전쟁인게. 누구나한테나 들으면 감동받는 음악과 누구나 보면 뼈아픈 현실이 절묘하게 녹아드는 것 같았다. 인종 / 국가와 상관없이 우리는 서로를 아껴야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난 이 영화가 좋다.

 

  •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투쟁한다. 사람은 얼마나 숭고하면서도 악한가.
  • 우리 삶을 살아가되,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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